파블로항공이 한화와 함께 세계 기네스 기록을 세운 511대 불꽃드론쇼 장면. 사진: 파블로항공 제공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 2018년 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드론(무인항공기) 부대가 밤하늘을 비행하며 기체에 부착된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을 이용해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를 선보인 드론 퍼포먼스는 선수단의 경기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1218대의 드론이 동시에 투입됐음에도 단 한 차례의 충돌 없이 제역할을 수행한 점은 여전히 회자되는 부분이다. 미국 인텔사(社)가 개발한 군집비행 기술이 적용된 덕분이다.
군집비행은 센서 등 통신장비가 부착된 복수의 비행체가 일정한 거리와 각도를 유지하며 스스로 비행하도록 통제하는 무인항공 기술이다. 초창기 군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이 기술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확보한 파블로항공(대표 김영준)이 K-무인항공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파블로항공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화가로 꼽히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처럼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미래 모빌리티(mobility) 생태계 구현에 앞장서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회사)이다. 무인항공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지상관제 시스템(Ground Control System), 통신 다중화, 비행 통제 장치(Flight Control System) 등 다양한 무인항공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파블로항공은 비행과 동시에 불꽃 발사가 가능한 기체 ‘파이어버드(FireBird)’를 한화와 공동 개발해 수준 높은 드론쇼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 파블로항공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에서 511대가 투입되는 불꽃 드론쇼를 성공시키며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파블로항공은 최근 산업계 안팎에서 ‘개척자’로 통한다. 파블로항공이 독자 개발한 무인모빌리티 통합 관제시스템 ‘팜넷’(Pablo Air Mobility Network, PAMNet)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물류 드론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최대 중량 5㎏, 최대 36㎞/h의 속도로 비가시권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자사 멀티콥터형 드론 ‘PA-H3’을 활용해 도서산간지역 등 접근이 어려운 목적지까지 물품을 신속,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이다.
실제 파블로항공은 작년 7월 편의점 브랜드 세븐일레븐(7-Eleven)과 함께 국내 최초 편의점 드론 스테이션을 오픈하고 드론 배송 상용화를 위한 서비스를 개시했다. 고객이 드론 배송 주문을 신청하면 드론이 약 1㎞ 거리까지 날아가 상품을 전달하는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와 함께 치킨 드론 배달 시범비행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드론규제샌드박스 ‘도심 내 드론물류배송’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 파블로항공 제공
김영준 파블로항공 대표는 “파블로항공은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의 드론규제샌드박스 ‘도심 내 드론 물류배송’ 실증사업자로 선정된 후 총 비행횟수 207회, 누적거리 1909㎞에 달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단 한 건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했다”라며, “앞으로도 기업들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드론 물류배송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류 드론서비스와 더불어 도심항공교통(UAM)도 파블로항공이 공 들이고 있는 분야다. UAM은 항공기를 활용해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도시교통체계로, 최근 도심 속 이동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파블로항공은 국토부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K-UAM GC) 실증사업자 참여를 위해 지난해 5월 LG유플러스, 제주항공, GS칼텍스, 카카오모빌리티,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 구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파블로항공은 자사의 ‘UAM 통합운항관제시스템’을 활용한 UAM 운항 안정성 통합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파블로항공의 UAM 기술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실제 파블로항공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무인이동체 전시회 ‘국제무인운송시스템협회(AUVSI) 엑스포넨셜’에서 2021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기업 오퍼레이션 부문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파블로항공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70% 수직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투자 유치 규모도 창업 5년여 만에 170억원(누적)까지 늘어났다. 어떠한 상황에도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게 성장동력이 됐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김 대표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파블로항공은 지난해 타워, 플랫폼, 모빌리티, 스마트 등 4개 팀에서 직원 수를 전년 대비 230% 늘렸다”라며, “올해는 이들과 함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